증인


제5장 《바로 이 집이요!》


7



남경에서 닷새째 되는 날 오후였다.

조사단성원들과 함께 다시 《킨수이로》로 간 박순정은 2층 12호실로 들어섰다.

《한룡화는 정말 비참하게 죽었다오. 그리고 김녀도…》

이렇게 허두를 뗀 순정은 이발을 갈지 않고서는 들을수 없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사리원제사공장에 있다가 끌려간 한룡화는 《킨수이로》 2층 12호실에 들어있었고 순정이와 함께 남포에서 끌려간 김녀는 13호실에 들어있었다.

나이가 순정이보다 7살이나 우인 한룡화는 대가 바른 녀성이였다.

김녀도 배짱이 세고 신경이 칼날같은 처녀였다.

이런데로부터 한룡화와 김녀는 루주나 일본군인들의 요구에 떡떡 맞설 때가 적지 않았다. 따라서 다른 성노예들보다 다락방고문실에 끌려가는 회수도 훨씬 많았다.

1941년 가을이였다.

그날도 한룡화가 주동이 되고 김녀와 박순정을 비롯한 《킨수이로》의 성노예녀성들이 일본군인들을 더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항의해나서자 소동이 일어났다.

모든 방들에서 문을 안으로 걸고 일본호색한들을 들여놓지 않았다.

이런 통보를 받은 병참장교 겐지가 허겁지겁하여 《킨수이로》에 나타났다.

낮도깨비가 된 땅딸보 겐지는 코수염을 파들파들 떨면서 루주내외를 달구어댔다.

《빠가야로! 토끼새끼나 한가지인 쵸센삐들도 제대로 다루어내지 못하고서야 어찌 희세의 신주 아마데라스 오미가미신령님의 후손들이라고 할수 있으며 야마도정신의 최고체현자인 〈천황〉페하의 아들들이라고 할수 있겠는가! 본관이 정신이 덜든 그 쵸센삐들을 어떻게 다루어내는가를 보여줄테니 똑똑히나 보란 말이다. 알겠소까?》

《하잇!》

루주내외는 금시 일본군병졸처럼 발뒤축을 소리가 나게 가져다 붙이면서 몸을 꼿꼿이 세우고 목을 앞으로 꺾었다.

《이번 일의 주모자는 누군가?》

《저 쵸센삐 〈료오까〉(한룡화의 일본식이름)올시다.》

《음, 전번에 나의 지시에 불복하며 반항하던 그 〈료오까〉? 나쁜 쵸센삐! 내가 버릇을 떼줄테다.》

겐지는 데리고 온 병졸들에게 한룡화를 당장 끌어내오라고 호령했다.

강제로 끌려온 한룡화를 차에 실은 겐지가 루주에게 명령했다.

《저녁에 차와 함께 군인들을 보내겠으니 센삐들을 다 걷어싣고 20시까지 막부산기슭으로 나오랏! 알았는가?》

《하잇!》

일본군은 남경을 강점한 후 자기네 마음대로 남경시의 동북쪽 장강이 에돌아가는 곳에 있는 야산을 일본식으로 《막부산》이라고 불렀는데 거기는 인적이 매우 드문 곳이였다.

날이 어둡자 순정이네들은 풍차에 실려 《막부산》의 어느 한 움푹한 골짜기로 끌려갔다. 그들은 일본군이 자기들에게 뭇매질을 하던가 그 어떤 고문을 들이댈것이라고 짐작하고있었다. 그러나 《막부산》계곡에서 맞거나 비틀리우는것보다 더 몸서리치는 고문을 당할줄이야…

골바닥 펑퍼짐한 곳에 퍼런 하늘을 향해 벌건 혀바닥을 날름거리는 우등불이 지펴지고 그곁에 두툼한 널판자로 짠 십자형의 형틀이 놓여있었다. 그 변두리는 밖에서 보지 못하게 병풍처럼 군용천막으로 빙 둘러막아놓았다.

차에서 부리워진 성노예녀성들은 군용천막이 있는 곳으로 끌려갔다. 그때까지도 그들은 한명씩 형틀에 묶어놓고 때릴것이라고 생각하고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였다.

꿈에도 상상할수 없었던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일본군병졸들이 군용자동차에서 입에 솜뭉치를 틀어막은 한룡화를 끌어내려 형틀에 결박하였다.

그 다음 아래도리를 가리웠던 옷을 단검으로 북- 찢고 웃옷도 다 벗겨버렸다.

알몸뚱이가 된채로 팔다리를 형틀에 묶이운 한룡화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요동을 쳤다. 그통에 입에 물었던 솜뭉치가 빠져나갔다.

《이 악귀같은 쪽발이들아!-》

가슴을 발기발기 찢는 새된 소리가 《막부산》의 밤공기를 갈랐다.

왜놈병졸들이 달려들어 한룡화의 입에 또다시 솜뭉치를 틀어막았다.

룡화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으나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손가락만 옴지락거릴뿐 어쩌지 못했다.

싯누런 덧이를 드러낸 병참장교 겐지가 소리쳤다.

《오이, 시작하라!》

천막밖에 피워놓은 불무지곁에 정렬해있던 일본군병졸들이 한명씩 형틀이 놓여있는 천막안으로 들어갔다.

순정이네들의 눈앞에는 말그대로 짐승들의 밤이 펼쳐졌다. 아니, 짐승들도 서슴어할 그런 밤이 펼쳐졌다.

한룡화의 피에 절은 비명소리가 계곡의 고요를 마구 물어뜯었다.

뒤이어 손에 칼을 든 일본군병졸들이 달려들어 룡화의 젖가슴을 다 도려내고 국부에는 장검을 들이박았다.

형틀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한룡화의 얼굴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뒤덮였다.

겐지의 악청이 혼비백산한 순정이네 귀전을 때렸다.

《없애버렷!-》

형틀에 장작이 올려쌓이고 거기에 휘발유가 뿌려진 뒤 뒤미처 확- 하고 삼단같은 불길이 치솟았다. 휘익- 하고 장강기슭에서 물먹은 바람이 불어오자 짐승의 혀바닥같은 뻘건 불길은 미친듯이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여기저기에서 《아악-》, 《헉-》 하는 소리가 났다. 오금을 꺾고 앉아 부들부들 떨던 순정이네들이 기절하여 쓰러지는 소리였다.

이런 속에서 야수같은 겐지가 일장 훈시를 하였다.

《똑똑히나 보았는가? 이제부터 〈천황〉페하의 아들들인 신성한 〈황군〉장병들을 따뜻이 받아들이지 않거나 거절하고 반항하는 센삐들은 다 저년처럼 될줄 알라!…》

그날 밤 김녀의 신상에서 끝내 일이 터졌다.

신경이 칼끝같은 그는 방에 들어서자 《흐흐흐… 하하하…》 하고 정신없이 웃으며 빙빙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멀겋게 다 풀어진 동공속에서는 아직도 《막부산》의 그 미친 불길이 너울거리고있었다.

맞은켠 방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에 머리칼이 쭈삣 일어선 순정이가 달려가 방문을 여니 김녀는 벌써 미쳐버린 뒤였다.

《언니, 왜 그러나? 언니, 정신을 차려요. 언니, 언니!-》

순정이가 김녀의 팔을 붙들고 발을 동동 굴렀으나 김녀는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했다.

정신이상이 온 김녀는 《흐흐흐…》 하고 너털웃음을 치다가는 《어, 어, 저기 저… 저놈이, 저기 저놈이-》 하며 천정에 손가락을 내뻗쳤다. 그러다가는 《저… 저… 저놈이 날… 날…》 하며 침대밑으로 기여들어가기도 했다. 아마 그의 망막에 비꼈던 그 미친 불길속에서 히히닥거리며 바지춤을 추어올리던 호색마귀들의 이즈러진 상통을 보고 그러는것 같았다.

순정은 김녀를 붙들고 《언니, 언니, 언니야!-》 하면서 가슴을 쳤다.

김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소리치기 시작하였다.

《나가라!- 이놈! 이 쪽발이들아, 나가라, 나가!- 하하하… 꼴좋다! 저 색광이가 도망치는걸 좀 봐라!-》

이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미쳐돌아가던 김녀는 새벽녘에 위생실에 놓아둔 소독용크레졸병을 거꾸로 들고 꿀꺽꿀꺽 마셔버린 뒤 창자가 파렬되여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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