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제6장 력사는 인멸되지 않는다 (1)


7


남경의 자금산근방에 있던 군《위안소》에서 온갖 치욕을 다 당하던 백화자는 여러명의 성노예들과 함께 1943년 11월초 송산전역의 《우라야마진지》구역에 있는 《위안소》로 끌려왔다.(그때 박순정과 리창조는 먄마의 라시오에 있는 《잇가꾸로》에서 고역을 당하고있었다.)

때없이 중미련합군이 쏘아대는 눈먼 포탄이 날아와 터지기도 하고 미군비행기들이 하늘을 썰며 줄폭탄을 내던져 적지 않은 사상자들이 계속 발생하는 이 지역은 참으로 무시무시한 곳이였다.

이런 곳에서 백화자를 비롯한 근 40명에 달하는 불행한 성노예녀성들이 수백명의 일본호색광들을 상대하면서 비참한 곤욕을 치르고있었다.

포연이 떠도는 그곳 전장에서 성노예들을 상대로 감행되는 쪽발이들의 성폭행은 극도에 달했다. 몇몇 녀성들은 임신을 하자 배를 갈리워 무참히 살해되기까지 하였다.

백화자가 송산진지로 끌려온지 얼마 안되던 어느날이였다.

그날 저녁 키가 작달막한 련대고급참모라는 장교가 《위안소》건물의 맨끝에 위치한 백화자의 방문을 열었다.

그자가 바로 얼마전부터 해사하게 생긴 그에게 눈독을 들이던 땅딸보 겐지였다.

《〈하나꼬〉, 이제부터는 나와 함께 밤을 보낼수 있게끔 준비하라. 알겠는가?》

《…》

이렇게 되여 백화자는 그날부터 거의 매일이다싶이 겐지에게서 별의별 치욕을 다 당하게 되였다. 그놈은 신통히도 밤늦게만 나타나 온종일 일본병정들의 성노예노릇에 만신창이 되여버린 백화자를 괴롭히군 했다. 하지만 연약한 화자로서는 야수와 같은 그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한 보름이 지나 《우라야마진지》에 거처하고있던 113련대지휘부는 《요꼬마따진지》의 동쪽에 위치한 관산진지로 옮겨갔다. 백화자를 괴롭히던 겐지도 지휘부장교들과 함께 이동해갔다.

이제는 겐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백화자는 한숨을 내불었다. 그의 마음 한쪽구석에는 어떻게 하면 이곳에서 도망칠수 있을가 하는 생각이 꿈틀거리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였다.

《우라야마진지》구역의 방어공사진행정형을 료해하러 왔던 겐지가 《위안소》마당으로 들어섰다.

그때 백화자는 《위안소》마당에서 다른 성노예녀성들과 함께 진지방어공사에 내몰리워 허덕이고있었다.

백화자를 띄여본 겐지는 벌쭉거리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하나꼬〉, 그사이 잘 있었는가? 몸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신신펀펀하구만. 아주 보기가 좋아! 좀 있다가 저녁에 만나자구.》

《?》

겐지와 마주섰던 백화자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호색광 겐지, 네놈이 또 나를?… 천하에 악귀같은 놈! 안된다. 안돼!…

겐지는 저녁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날도 고역끝에 맥이 빠질대로 빠진 화자가 자정이 거의 되여 자리에 드러누워있는데 겐지가 백화자의 방으로 들어섰다.

어데 가서 술을 거나하게 퍼마시고 온 겐지는 혀꼬부라진 소리를 내면서 노죽을 부렸다.

《〈하나꼬〉, 내가 왔는데 이렇게 인사불성일수가 있는가? 빨리 일어나!》

자리에 누워 쿨쩍거리던 백화자가 어디에서 그런 밸통이 생겼는지 벌떡 몸을 솟구고 곁에 놓여있던 물소랭이를 들어 겐지의 상판에 물벼락을 들씌웠다. 그리고는 속에 품고있던 소리를 내질렀다.

《당장 나가라, 이 호색광!-》

뜻밖에 물벼락을 들쓴 겐지는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푸- 푸- 하고 내뱉다가 발로 백화자의 배허벅을 걷어찼다.

《빠가야로! 뭐 호색광? 다른 년들처럼 배를 갈라버리고말가 하다가 살려두었더니 고맙다고나 할 대신 어따 대고 행패질이야!》

겐지의 우악스러운 손이 백화자의 머리칼을 한가득 거머쥐였다.

《다시한번 지껄여봐. 뭐, 뭐? 야!- 이 지독한 센삐야!-》

머리칼을 거머쥔 겐지의 손이 휙- 하고 휘파람소리를 내자 백화자는 악- 소리를 내지르며 나자빠졌다.

그의 정수리에서는 검붉은 피가 뿜어나왔다. 얼굴은 온통 피범벅으로 되였다. 머리칼이 뭉청 빠지면서 머리가죽까지 뚝 떨어져나갔던것이다.

뒤미처 다른 방에 있던 성노예녀성들이 달려와 구급처치를 해서야 백화자의 출혈을 멈출수 있었다.

그런 변을 당한 후 화자는 한동안 머리에 붕대를 두른채 왼쪽다리를 절룩거리게 되였다.

이러한 때 등충으로 끌려가 고역을 치르던 박순정과 리창조가 송산의 《우라야마진지》로 끌려왔던것이다.

그들이 온 다음날 아침이였다.

병참장교의 지시에 따라 《위안소》건물마당에 박순정을 포함하여 50여명의 성노예들이 집합하였다.

그때 순정은 이미 그곳에 와있던 성노예녀성들속에서 머리에 붕대를 처맨 백화자를 띄여보게 되였다.

(아니, 백화자가?…)

그를 바라보느라니 저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 모여선 성노예녀성들앞에 나선 키다리병참장교의 장시간에 걸치는 훈시가 끝난 뒤였다.

순정은 헤쳐가는 성노예녀성들속에서 다리를 절룩거리며 걸음을 옮기는 백화자에게로 바삐 다가갔다.

《화자야!- 네가 살아있었구나!》

화자는 눈이 뎅그래졌다.

《엉? 이… 이게 누구야? 너… 너 순정이로구나. 순정아!-》

둘은 서로 손을 맞잡았다.

《화자야, 그런데 머리는 왜 그렇게 되였니?… 다리는 왜 그렇게 절룩거리니?》

백화자는 입술만 잘근잘근 씹을뿐 아무 말도 안했다.

순정은 다시 나직이 물었다.

《화자야, 혹시 너 무슨 봉변을 당한게 아니냐?》

화자는 도리머리를 하다가 눈물이 글썽해서 흑- 하고 오금을 꺾었다.

한참 쿨쩍거리고난 화자가 입을 열었다.

《그 겐지라는 놈이 며칠전에 여기로 와서…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머리끄뎅이를 잡아뽑고 무릎을 짓밟아놔서 이렇게…》

화자는 너무도 설음에 겨워 말끝을 채 맺지 못하였다.

가슴터지는 이런 사연을 들으면서 《호색마귀 겐지…》 하고 이발을 부드득- 갈던 순정은 붕대를 처맨 화자의 머리를 그러안고 한동안 눈물을 쏟았다.

그때 리창조는 조금 떨어진 길옆에 서서 이들이 눈물속에서 만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였다.

그후 겐지는 백화자앞에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관산진지에도 련대장교들이 리용하는 《위안소》가 새로 생겨났다는 말이 떠돌았는데 아마 그리로 가는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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