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제6장 력사는 인멸되지 않는다 (1)


8


그날 《위안소》에서는 오전 한겻동안 성노예들에게 군사훈련을 시켰다. 《황군》이 결전을 준비하는데 《황국신민》인 성노예들에게도 싸움준비를 시켜야 한다는 군부의 지시가 떨어졌던것이다.

몸뻬차림으로 이마에 《히노마루》를 그려넣은 하얀 띠를 두른 녀자들이 마당에 주런이 서있는데 키다리병참장교의 왜가리청이 《위안소》마당을 드릉드릉 울리였다.

《〈와까하루〉! 뭘 꾸물거리는가?-》

박순정은 풍덩한 몸뻬를 추켜올리며 마당가로 달려나갔다.

《〈와까하루〉, 무기는 어떻게 했는가?-》

걸음을 멈춘 순정이가 눈을 들어보니 병참장교앞에 2렬횡대로 정렬한 동료들이 모두 참대창을 손에 쥐고있었다. 그는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 기발대만 한 참대창을 가지고 달려나왔다.

《하나! 둘! 셋! 넷!…》

병참장교가 치는 구령에 맞추어 서로 마주선 녀자들끼리 참대창으로 찌르고 방어하는 동작을 수행하기 시작하였다. 딱- 딱- 하는 참대창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소란스럽게 울리는 속에서 진행되는 동작은 완전히 꼴불견이였다.

순정과 상대역으로 마주선 화자는 겐지의 우악스러운 손에 정수리의 머리가죽을 벗기운데다가 그놈의 발길에 허벅다리를 되게 채인 후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빠가야로!-》

병참장교의 왜가리청에 녀자들이 목을 움츠리였다.

그들의 창격훈련동작도 가관이였지만 훈련을 집행하는 병참장교의 행동은 더 가관이였다. 마치 대단한 싸움군들을 거느린 군사교관이나 된듯 기고만장해서 목에 구리줄같은 불깃한 피줄을 돋구고 반복동작에 시범동작까지 해대는 그 꼴은 꼭 쑥대우에 게바라오른 민충이였다.

참대창을 쥔 성노예들을 세워놓고 왝왝대는 가련한 병참장교의 그 모습에는 사면초가에 빠진 호색마귀들의 심리가 그대로 비껴있었다.

이렇게 오전 한겻을 참대창과 함께 닥달을 받던 그들은 점심먹을 생각도 다 줴버리고 그 자리에 노그라졌다.

이때 말을 탄 3명의 장교가 꺼뜨럭거리며 성노예녀성들이 앉아있는 뒤쪽으로 지나갔다. 앞장에 선 장교는 먄마의 꽌히오에서 산간토착민들에게 한쪽눈을 빼앗기고 검은색안경을 낀 그 말성게가시같은 턱수염을 가진 중대장이였다.

장교들뒤로 좀 떨어져서 련락병 히로미가 잰걸음으로 따라왔다.

장교들은 그때 온천목욕탕으로 가고있었다. 《위안소》에서 조금 떨어진 진지구역안에는 온천이 있었다. (지금도 있다. 박순정과 조사단성원들은 현지편답길에서 그 온천에도 들려보았다.) 당시 거기에는 통나무로 길다란 건물을 짓고 칸막이를 한 목욕탕이 꾸려져있었는데 일본군이 이곳을 강점한 후 장교들만 리용하고있었던것이다.

말우에 앉아 흔들거리며 온천목욕탕가까이에 이르렀을 때 외눈깔중대장이 좋은 생각이 떠오른듯 벌쭉거리면서 말고삐를 당겨 그 자리에 멈춰섰다. 그리고는 뒤따라오는 장교들에게 소리쳤다.

《여보게들, 좋은 생각이 있네. 방금 지나오는 길에 앉아있던 센삐들가운데서 3명을 잡아다가 각기 목욕탕안으로 끌고 들어가는것이 어떻겠나?》

외눈깔중대장의 머리속에서 솟구쳐오른 변태적인 성적욕구는 동료들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요시, 요시! 역시 니쇼꾸군은 보통사람이 아니야. 생각하는품이 벌써 남다르거던. 으흐흐…》

《그럼 누가 가서 3명의 센삐들을 끌어와야 할게 아닌가. 내가 갈가?》

동료들이 이렇게 나오자 히물거리던 외눈깔중대장이 좀 떨어져서 따라오던 히로미를 찾았다.

《련락병, 내 명령이나 들으라. 저기 가서 밴밴하게 생긴 센삐 3명을 끌어오라. 목욕탕에 데리고 들어가야 하겠다. 알겠는가?》

히로미는 깜짝 놀랐다. 성노예들을 한명씩 끼고 목욕탕에 들어가 수욕을 채우면서 목욕을 하겠다는 자기네 중대장의 그 변태적인 심리를 제꺽 눈치챘던것이다.

히로미가 머밋거리자 외눈깔중대장이 또다시 소리쳤다.

《들었는가? 히로미!- 빨리 가서 센삐들을 끌어오랏!》

히로미는 자기네 중대장의 강요에 못이겨 참대창을 줴버리고 너부러져있는 성노예녀성들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때 히로미는 자기를 증오에 차서 쏘아보는 박순정의 눈길앞에서 온몸이 오싹해나는것을 느꼈다. 그의 가슴은 저도 모르게 후두둑 떨리였다. 그렇게 되고보니 외눈깔중대장의 명령을 집행할 용기마저 싹 사라져버렸다.

잠시 서성거리던 히로미는 걸음을 되돌려 온천목욕탕앞에서 담배를 피워물고 동료들과 히히닥거리고있는 중대장에게로 갔다.

중대장이 하나밖에 남지 않은 눈알을 부라렸다.

《왜 빈손으로 돌아왔는가?》

《저… 저, 병참장교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아서…》

히로미가 이렇게 변명하자 외눈깔중대장은 《멍텅구리같은 놈의 자식!-》 하고 소리치더니 손에 들고있던 말채찍으로 그의 연약한 등허리며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그통에 히로미의 목과 왼쪽볼편에 여러군데나 뻘건 채찍자리가 났다.

외눈깔중대장이 또 소래기를 질렀다.

《병신짝같은 놈! 병참장교는 무슨 병참장교야. 거기 있는 위안부들중에서 3명을 골라 끌어오면 되는거지. 나쁜 놈의 자식…》

한동안 씩씩거리던 중대장은 자기 동료들과 함께 성노예녀성들에게 다가가 뿌리치는 그들속에서 3명의 손목을 비틀어잡고 온천목욕탕으로 끌어왔다.

그때 외눈깔중대장의 손아귀에 걸려든 박순정은 죽어라고 발버둥질쳤으나 놈의 완력을 이겨낼수가 없었다.

히로미는 장교들이 타고 온 말들의 고삐를 나무허리에 매놓고 목욕탕에서 조금 떨어진 둔덕에 쭈그리고 앉아 자기네 중대장의 말채찍에 얻어맞아 뻘건 줄이 가로건너간 볼편과 목부위 그리고 피멍이든 등허리를 손으로 주무르며 억울함을 달래고있었다. 이때 그의 곁으로 풀단을 걸머진 리창조가 천천히 지나가고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이걸 놔요!- 아-악!-》 하는 녀성의 다급하고도 애처로운 목소리가 목욕탕 문짬으로 새여나왔다.

풀단을 메고 걸음을 계속 옮기려던 창조가 주춤거렸다.

저게 순정누나의 목소리 같은데… 혹시?

뒤이어 다른 칸들에서도 녀자들의 기겁한 목소리가 연방 울리였다.

등에 졌던 풀단을 내려놓은 창조는 눈이 휘둥그래져 말없이 앉아있는 히로미에게 물었다.

《방금 울린것이 〈와까하루〉의 목소리가 아니요?》

그러자 히로미는 떠듬거리면서 사실의 전말을 그대로 말해주었다.

《뭐, 뭐? 저안에 〈와까하루〉가 있다구?》

얼굴이 하얗게 질린 리창조는 어쩔바를 몰라 헤덤벼치기 시작하였다.

이 일을 어떻게 할것인가? 불쌍한 순정누이를 도울 길이 과연 없단 말인가!…

그 다음 순간에 울려나온 외눈깔중대장의 앙칼진 소리가 창조의 머리속에 펑긋- 하고 불찌를 튕겨주었다.

《빠가야로! 응하지 않으면 죽여버릴테다!-》

뒤이어 발길질소리와 절커덕거리는 군도소리가 울리더니 《악!-》하는 순정의 단말마적인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리창조의 두눈에는 흰자위만 가득찼다. 얼굴은 험상궂게 이지러졌다. 으스러지게 틀어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었다.

창조의 행동거지를 본 히로미는 무슨 일이 생길것 같은 예감이 들어 그의 앞을 막아섰다.

했으나 리창조는 막무가내로 그를 밀어던지고 목욕탕을 향해 내달렸다. 허리에 찼던 시퍼런 낫을 뽑아들고 비호같이 욕탕으로 들어간 창조의 눈에서는 퍼런 불이 일었다.

그의 눈앞에는 손에 쥔 군도로 바닥에 쓰러져있는 순정의 국부를 겨냥한 외눈깔중대장의 모습이 안겨왔다.

창조는 이를 사려물었다.

《호색마귀같은 놈!-》

창조의 손에 들린 낫이 공기를 헤가르며 호색마귀의 넓다란 등때기를 콱 내리찍었다.

눈을 까뒤집은 털부숭이중대장이 뒤를 돌아보며 《으…윽- 나쁜놈의 쿠리- 네…네가?》 하고는 모주자루가 되여 나자빠졌다.

창조는 기절해 쓰러진 순정을 업고 일어섰다.

그가 목욕탕마당가를 나서는데 옆칸에 있던 2명의 장교가 문을 열고 나왔다. 바지춤을 추스르며 능글맞게 히물거리던 장교들의 눈이 꼿꼿해졌다. 사태를 눈치챘던것이다.

뒤미처 《서라!- 안 서면 쏜다!》 하는 소리가 창조의 등뒤에 와박혔다.

바로 그때였다.

그들의 머리우에서 《와르릉- 와르릉-》 하는 하늘이 무너져내리는것 같은 소리가 났다. 잇달아 《쉿- 쉿- 꽝! 꽈광!》 하는 폭음이 사방에서 터져올랐다. 순간에 자그마한 골짜기안이 발칵 뒤집혔다. 미군폭격기편대가 진지의 상공으로 기습해들어오면서 줄폭탄을 던지기 시작했던것이다.

장교들이 타고 왔던 말들이 《오-홍-》 하는 소리를 내지르며 사방으로 달아뺐다.

거목들이 나자빠지고 흙기둥이 치솟아오르면서 매캐한 폭연이 골바닥에 한벌 쫙 깔리였다. 그 시기 이 지역에서는 드문이 보게 되는 일이였다.

순정을 둘쳐업은 창조의 몇발자국앞에서도 쉿- 하고 휘파람소리가 나더니 삼단같은 흙기둥이 하늘로 치솟아올랐다. 《꽈광!-》 하고 귀청을 찢는 소리에 이어 금시 땅이 꺼져내릴듯 드르릉- 하고 골짜기가 요동을 쳤다.

창조는 순정을 업은채로 아름드리나무곁에 있는 가랑잎이 무둑한 구뎅이로 들어가 엎드렸다. 하늘에서는 흙비가 쫘락쫘락 쏟아져내렸다.

그제서야 정신이 든 순정은 창조의 등을 마구 두드리며 미친듯이 발버둥질쳤다.

《날 놔줘!- 난 죽을래!-》

《진정해요. 누님은 꼭 살아야 해요!》

창조는 호령하듯 소리쳤다.

그가 이렇게 순정을 꽉 붙잡고 웅뎅이에 엎디여있는데 눈먼 폭탄하나가 《꽈광!-》 하고 굉음을 내지르며 뒤쪽에 있는 온천목욕탕을 박살냈다. 목욕탕지붕과 문짝 같은것들이 걸레짝처럼 하늘중천으로 날아오르고 목욕탕안에 있던 2명의 성노예녀성들은 물론 그앞에서 어물거리던 장교들도 죄다 저승으로 갔다. 창조의 낫가락에 등때기를 찔리운 외눈깔중대장은 두벌죽음을 당했다.

그때 히로미는 날아오는 파편에 머리와 팔을 얻어맞고 쓰러졌다.

골안을 마구 들쑤셔놓던 미군비행기들이 꼬리를 사리자 관산진지안에 배겨있던 113련대장이 겐지와 군의관, 병참장교 그리고 몇몇 장교들을 거느리고 목욕탕이 있는쪽으로 급히 달려왔다.

폭격에 후방창고도 불타버리고 경비소대병실도 하늘로 날아났다. 보초를 서던 일본군병졸들과 무고한 성노예녀성들이 여러명 죽고 백화자를 비롯하여 몇몇은 부상을 당했다.

벼락맞은 꼴이 된 목욕탕앞에는 벌써 여러명의 일본군병졸들이 페허속에서 시체들을 꺼내느라고 소란을 피우고있었다.

련대장의 지시에 따라 일본군병졸들은 장교들의 시체들을 펑퍼짐한곳에 옮겨다 놓고 허연 백포를 씌워놓았다. 그러나 성노예들의 시체는 거적때기에 싸서 폭탄구뎅이속에 마구 내던졌다.

위생병이 히로미에게 붙어서 머리와 팔에 붕대를 처매주는데 병참장교가 다가갔다.

《히로미군, 많이 다쳤는가?》

《아니, 그저 파편에 좀…》

《다행이다.… 그런데 자네네 중대장과 2명의 장교들은 어떻게 되여 저런 참사를 당했는가?》

《저… 목욕을 하다가…》

히로미는 사실대로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아 대강 얼버무리였다.

병참장교가 머리를 돌리는데 리창조가 절룩거리는 박순정을 부축하고 저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웠다.

《오이!-》

병참장교는 창조와 순정을 불러세우고 그리로 뛰여갔다.

《〈와까하루〉, 넌 어떻게 살아났는가?》

병참장교가 꼬치꼬치 따지고드는데 창조가 적당히 둘러쳤다.

《장교님, 이 〈와까하루〉는 공습이 있기 전에 욕탕에서 나와서 이쪽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전 마초를 베다가 폭격을 당해 저기 웅뎅이에 함께 숨어있었습니다.》

《그러니 〈황군〉은 죽고 너희들만 살아남았다는건가?》

병참장교가 꽥 소리를 질렀다.

병졸들과 성노예녀성들까지 깡그리 동원하여 목욕탕주변 정리작업을 지휘하던 겐지가 뛰여왔다.

《너무 떠들지 말라구. 지금 련대장님도 결전을 앞두고 운명을 같이해오던 동료들이 뜻밖에 당한 불행을 두고 여간만 비통해하지 않네.… 야, 쿠리와 〈와까하루〉도 빨리 저기 가서 일을 하라.》

겐지나 병참장교도 아무런 낌새를 눈치채지 못한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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