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제8장 증 인


2


아사꼬는 놀랐다. 법률사무소로 들어서는 전홍의 꼴이 말이 아니였던것이다. 이마 오른쪽부위에는 흰 가제천을 대고 열십자로 반창고를 붙였는데 왼쪽볼편에도 큼직한 《사꾸라》꽃이 피여있었다. 어디가서 치고받은것이 분명하였다. 촬영기를 쥐고 걸음을 옮기는 그 모양은 마치 아비규환의 전투장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돌아오는 종군촬영가를 방불케 했다.

《아니? 전홍상, 이게 어찌된 일이예요?》

《…》

아사꼬는 전홍에게 다가가 상처자리를 손으로 쓸어보면서 나직이 물었다.

《어데 가서 이렇게까지…》

《전쟁터에 파병갔댔수다. 허 참.》

전홍은 앞탁우에 촬영기를 올려놓으면서 눈을 찔끔했다. 역시 전홍은 다혈질의 사나이였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그 정도만 돼도 드러누워 죽는다고 엄살을 부리며 아부재기를 치겠는데 그런 얼굴을 가지고 뻐젓이 도꾜 한복판을 활보할뿐아니라 입에서는 기지있는 말까지 탕탕 튕겨나왔다.

아사꼬가 전홍을 쳐다보며 물었다.

《전쟁터라니?》

《아사꼬상은 모르시오? 어제 도꾜 한복판에서 전쟁이 터졌지요. …아사꼬상, 아무튼 감사합니다. 당신이 태여난 일본국은 저들의 비위에만 거슬리면 국적도 민족도 가리지 않고 이렇게 마구 두들겨팰 내기를 해대니 말입니다.… 여기가 어디 사람 사는데요? 완전한 무법천지지.》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아사꼬는 전홍의 앞으로 바싹 다가앉았다.

전홍은 탁우에 올려놓은 촬영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친구〉한테 물어보시구려. 허허허…》

전홍의 둘도 없는 《친구》인 자그마한 촬영기에도 크고작은 상처가 여러 군데나 되였다. 어떤 곳에는 비닐띠까지 붙이였다. 굉장한 일이 있은것이 분명했다.

…사건은 어제 터졌지만 사건의 도화선에 불이 달린것은 전홍이 편집한 텔레비죤특집물 《〈위안부〉사진이 말해주는 심각한 력사》가 방영되던 열흘전 그날부터였다.

그 특집물이 방영되자 일본국내에서는 일대 파문이 일어났다. 특히 재일본조선인들속에서의 반향과 여론은 대단했다. 그 여론은 당장 일본정부로부터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자는데로 치달아올랐다.

전홍이 만든 특집물을 시청한 각계 일본사람들속에서도 현 일본정부가 군《위안부》문제를 잘못 처리하여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고 고립배격당하고있다는 항의와 불만의 목소리가 쉼없이 터져나왔다.

전홍의 집으로는 훌륭한 인기특집물을 만들어 내놓은데 대한 격찬과 고무, 격려의 전화가 그칠새없이 걸려왔다. 협박전화도 꼬리를 물었다.

《자네가 전홍인가?… 남의 나라 땅에 엉치를 붙인 중화거지의 취미도 참 별스럽구만. 그래가지고서야 어디 제명을 다 살겠소?》

《여보 전홍상, 야마도민족을 그렇게 모함해가지고서야 속이 편하겠나? 저승에서 일본군망령들이 자네를 기다리고있다네. 어서 차비하고 가서 만나보게나.》

《여보, 전홍상. 당신 살기 싫은게로구만. 〈야꾸자〉의 이슬로 사라지고싶은 의향이면 내 소원을 풀어주지. 응?》

《전홍상, 한번 만나자구. 〈야꾸자〉의 형님들이 자넬 초청하네.》

《전홍상, 목이 날아나지 않겠거들랑 당장 짐을 싸가지고 제 소굴로 돌아가라구.》

별의별 협박전화가 전홍의 부아를 돋구었으나 그쯤한데 기가 죽을 그가 아니였다. 그럴수록 머리를 더 뻣뻣이 쳐들고 다녔다.

전홍은 3일전에 총련의 조선신보사 편집위원으로부터 일본군성노예문제와 관련한 간담회가 있으니 거기에 참석하여 발언해달라는 청탁을 받게 되였다.

그래서 그는 어제 오전 간담회에 참가하러 신쥬꾸로 갔던것이다.

간담회에는 각계각층의 재일조선인들이 참석하였는데 태반은 기자들과 총련의 교육부문 일군들, 녀맹일군들이였다.

간담회석상에서 전홍은 이번 3개국 합동조사과정에 중국 남경과 송산지구를 중심으로 하여 전서지역의 일본군《위안소》건물들을 돌아보면서 수집한 력사자료와 성노예생존자 박순정, 호영란의 증언자료들을 그대로 다 공개하였다.

간담회가 끝난 뒤 거리에 나선 전홍이 어느 한 골목앞에 이르렀을 때였다.

발자국소리가 어지럽게 들리더니 저쪽에서 몽둥이를 든 한무리의 괴한들이 달려오는것이였다. 일본에서 소문난 신쥬꾸의 우익깡패들이였다. 잠간사이에 깡패들은 전홍의 앞에 이르렀다.

《오호, 네놈이로구나. 거짓말쟁이! 야, 너의 전번 〈위안부〉관련텔레비죤특집도 전부 거짓말이지? 바른대로 말해!》

눈에 색안경을 낀 새파란 녀석이 전홍의 멱살을 움켜쥐려고 덤벼들었다.

전홍은 다가드는 《색안경》의 손을 탁 뿌리쳤다. 그의 두눈에 퍼런 불찌가 일었다.

《이게 무슨짓들인가! 썩 물러들 가지 못해?-》

전홍이 꽥 소리쳤다.

그러거나말거나 눈에 달이 뜬 깡패들의 귀에 그의 말이 들릴리가 없었다.

상고머리 깡패두목이 획- 하고 휘파람소리를 내더니 전홍의 양복앞섶을 거머쥐였다.

《칙쑈, 남의 나라 땅에 와서 살면서 숨통이나 건사하겠거든 이따위 허튼소리를 줴치지나 말란 말이다!》

《뭐가 어쩌구어쨌다구? 야, 이 버르쟁이도 없는 쪽발이새끼야!》

전홍이 몸을 솟구며 제일 날치는 상고머리의 면상에 무쇠주먹을 안겼다. 소동은 경찰이 개입되여서야 가라앉았다.

란투끝에 전홍은 머리와 얼굴에 심한 타박을 받고 병원으로 실려가 응급처치를 받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다.…

전홍의 말에 눈이 둥그래졌던 아사꼬의 맥을 쭉 뽑아놓는 일은 그 다음에 있었다.

전홍은 양복안주머니에서 신문 한장을 펼쳐들었다.

《아사꼬상, 당신네 나라라는건 바로 이렇소.》

아사꼬는 전홍이 내미는 그 신문에 눈길을 주었다. 사건이 있은 어제 저녁 신문이였다. 일이 바빠 아사꼬가 미처 보지 못한것이였다.

신문 마지막면의 제일 하단에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제목으로 손바닥보다 더 작은 기사가 실렸는데 비록 작아도 국수주의냄새가 진하게 풍기고있었다.

신문에서 눈길을 뗀 아사꼬는 너무도 기가 차서 흥- 하고 코김을 내불었다.

《아니? 아무리 무법천지래도 신문에서까지 이럴수가 있나!》

기사는 그날 정오무렵 도꾜의 신쥬꾸에서 일본청년들과 재일중국인자유촬영가 전홍사이의 충돌이 있었다고 쓰면서 충돌의 발화점은 촬영가가 간담회라는것을 벌려놓고 일본정부를 헐뜯는 발언을 한데 있었다고 서술했다. 계속하여 기사는 이에 반발하여 정의감으로 충만된 몇몇 일본청년들이 간담회가 끝난 후에 재일중국인의 발언에 항의를 표시하려 했는데 상대측이 잘 《접수》하려 하지 않아 유감스럽게도 충돌을 야기시켰다고 썼다. 마감문장에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더는 없도록 일본에서 사는 외국인들이 주의하는것이 좋을것이라는 로골적인 위협기가 배여있었다.

아사꼬의 입귀가 씰룩거리였다.

《이건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이군. 하긴 일본에서 이런 일이야 례상사이고 우익계신문들이 거짓말의 능수라는거야 별로 새로운 사실도 아닌데… 하여튼 이 일본땅에서 전홍상은 매사에 주의하는것이 좋겠어요.》

오른쪽이마에 가제천을 붙인 전홍이 히물거렸다.

《주의야 해야지요. 그러나 이 〈부덕쥐〉가 한번 시작한 일에서 순순히 물러날수야 없지요. 또 무서워 벌벌 떨 그런 졸부도 아니고… 이 전홍이 그쯤한 일에 기가 죽는다면 내 족보를 바꾸겠수다. 허허.》

아사꼬는 깡패들이 백주에 전홍을 구타한 사건은 일본 우익반동들의 치졸한 립장표명으로 보았다. 한편으로는 이 사건이 이찌로와 련관된것 같다는 예감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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